[체험! 공정여행 메콩강을 가다](上)중국 구이린·윈난성
글·사진 이청솔 기자 taiyang@kyunghyang.com경향신문
 
ㆍ큰 솥에 치즈 만들며 ‘느린 과거로’ 

우리나라가 중국과 정식 국교를 맺은 게 1992년. 과거 중공으로 불렸던 중국은 이제 한국인들에게 아주 가깝고도 익숙한 나라로 다가온다. ‘중국산 제품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다’는 말이 나올 만큼 두 나라의 경제 교류 규모는 커졌다. 매일 한국인 1만5000명이 항공기와 배를 타고 중국으로 떠난다. 하지만 베이징, 상하이 같은 대도시나 황산(黃山), 장자제(張家界) 등의 일부 관광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람에게 중국은 여전히 ‘미지의 땅’이다. 중국이라는 나라가 워낙 크고 넓은 데다 민족 구성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다리바이족자치주 다리고성의 야경.

‘아시안브릿지’와 함께 하는 ‘착한여행-메콩강 시리즈’ 중국편에서는 광시좡족(廣西壯族)자치구의 구이린(桂林)과 윈난성(雲南省)의 다리(大理), 리장(麗江)을 찾았다. 공장이 밀집한 탓에 환경 파괴가 심각한 동부와 달리 천혜의 자연이 잘 보존된 서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다양한 소수민족의 요람으로 불리는 지역들이다.

구이린은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솟아 있는 3만6000개의 산봉우리가 장관을 이룬다. 봉우리들이 이어져 산맥을 이루는 일반적인 산악 지형과는 사뭇 다르다. 봉우리 하나하나가 따로 살아 움직이는 듯하며 기암괴석이 돋보이는 카르스트 지형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이 예로부터 ‘구이린의 산수가 천하제일(桂林山水甲天下)’이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다.

여행팀은 여행 둘째 날인 지난달 27일 아침 구이린 싱핑현(興平縣)을 흐르는 리장( 江, 강이름)에 대나무 쪽배를 띄우고 구이린의 경치를 감상했다. 짙은 구름 사이로 산봉우리들이 우뚝 솟아 있는 운치 있는 풍경을 감상하며 40여분 동안 배를 타고 도착한 곳은 ‘어부촌’이라는 마을이다. 마을 입구에 세워져 있는 ‘재생가능에너지 모범마을’이라는 대형 표지판에 눈길이 갔다. 언뜻 보기에도 최신 에너지 절감 기술이 도입됐을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 궁벽한 마을이라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구이린에서 4년 동안 살았다는 현지 가이드도 어부촌이 재생가능에너지 모범마을로 지정된 이유를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어부촌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가족이 1998년 중국 방문 당시 찾았다는 사실을 관광 무기로 삼고 있었다. ‘클린턴이 앉았던 의자’에 앉아 사진을 찍으려면 0.5위안(약 85원)을 내야 했다. 마을을 한 시간 가까이 둘러봐도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단서가 보이지 않자 처음의 궁금증은 사라졌다. 다시 배를 타러 돌아오는 도중 여행팀 사이에서 “그런데 이 마을이 왜 재생가능에너지 모범마을이지?”라는 물음이 터져나왔다. 한 화장품 회사의 친환경 경영 관련 개발팀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참가자였다. 마을 입구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고 있던 한 노인은 여행팀을 자신의 집으로 안내했다.

여행팀이 지난달 30일 다리바이족자치주 한 재래시장에서 중국인들이 즐겨 먹는 처우더우푸(臭豆腐, 발효시킨 두부)를 살펴보고 있다.

일반 여행객들이 관광코스로 택하는 길목 반대편으로 10m 가까이 들어서자 그 노인의 집이 나타났다. 집 본채 옆에 떨어져 있는 재래식 화장실은 한국 농촌 마을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형태였지만 화장실과 연결돼 있는 지하의 숙성설비가 눈에 띄었다. 노인은 그 안에서 식구들의 분뇨뿐만 아니라 가축들의 배설물, 음식물쓰레기 등이 함께 썩으면서 가스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숙성설비에서 뻗어나온 가느다란 가스관은 주방으로 향했다. 집 주인은 가스레인지에 직접 불을 붙여서 실생활에서 바이오매스를 이용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여행 참가자 노경섭씨는 “우리 시골 집에도 하나 설치했으면 좋겠다”면서 어떻게 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지에 관심을 보였다.

예정 일정보다 시간이 약간 지체됐지만 불만을 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공정여행은 여행사가 제시한 일정에 따라 사진을 찍고 기념품을 구입하는 데 만족하는 여행이 아니라 참가자들이 관심사에 따라 만들어가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어부촌은 바이오매스 외에 태양에너지도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이라는 나라 전체가 거대한 공장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대부분의 관광객은 어부촌에서 ‘클린턴’밖에는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공정여행의 또 다른 묘미는 ‘체험’이다. 여행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을 포기하지 않으려면 피곤하더라도 조금 더 부지런해져야 한다. 여행 넷째 날인 30일 다리 바이족(白族)자치주에서 여행팀은 바이족 전통 민가를 찾아 유기농 치즈를 만들었다. 국내에서도 치즈 소비가 다양해져 비닐에 싸인 주황색 정사각형 모양의 치즈 말고도 여러 종류의 치즈가 있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알려졌다. 하지만 다리 주민들이 즐겨 먹는 홈메이드 치즈는 여행팀에게 꽤 색다른 경험이었다.

바이족 민가 주민은 큰 솥에서 직접 치즈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우유가 발효된 ‘요구르트’ 비슷한 액체와 갓 짜낸 신선한 우유가 필요하다. 솥에 요구르트와 우유를 함께 넣고 저어주면 요구르트가 뭉쳐서 점성을 띠게 된다. 어느 정도 점성을 갖게 됐을 때 길게 펼쳐 나무 막대기 사이에 널어 말리기만 하면 완성이다. 하지만 처음 해보는 여행팀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솥 안에서 요구르트를 저어 모양을 만드는 것부터 널어 말리는 것까지 모두 뜻대로 되지 않았다. 막대 2개 사이에 여행팀이 만든 치즈가 위에서부터 차례로 내걸렸는데 바이족 주민이 맨 위에 널어 놓은 얇고 가지런한 치즈와 비교됐다.

다리바이족자치주 주민이 지난달 30일 유기농 홈메이드 치즈를 만드는 시범을 여행팀에게 보이고 있다.

여행팀은 치즈만들기 체험을 통해 전날 다리고성(大理古城)을 둘러볼 때 길에서 사먹었던 ‘우유조각튀김’이 이 지역 사람들이 먹는 치즈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독특한 소스를 발라 참가자 대부분이 ‘입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던 음식이었지만 직접 만드는 체험을 해보고 나니 소스만 없으면 꽤 먹을만 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새해 첫날 다리 근처 리장(麗江)의 나시족(納西族) 민가에서 점심식사를 할 때도 참가자들은 상에 올라온 튀김 요리가 유기농 치즈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참가자 김희정씨는 “어떤 재료를 써서 어떻게 만드는지를 알고 먹으니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지 조선족 가이드 박진호씨는 “민가에서 식사를 한다고 하면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도 ‘우리한테 이런 데서 밥을 먹으라고 하는 거냐’며 화를 내는 관광객이 꼭 있는데 이번에는 아무도 그러지 않고 다들 맛있게 드셔 주셨다”며 여행팀을 높이 평가했다. 박씨는 “관광이 눈으로 하는 거라면 여행은 온몸을 써서 하는 것”이라며 “직접 체험하면서 현지 문화 속으로 들어가는 공정여행이 진짜 여행답다”고 말했다. 다리에서 보낸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달 31일 아침에는 다리고성 성곽 위에서 태극권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2시간밖에는 시간이 허락되지 않아 중국인 선생님을 따라 몇몇 동작을 익히는 데 그쳤지만 태극권이 우리 전통 무술인 태권도와 어떻게 다른지를 알기에는 충분했다. 태권도 3단의 한 참가자는 “태권도는 절도가 있는 반면 태극권은 동작이 물 흐르듯 이어지기 때문에 훨씬 더 어렵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중국인 선생님은 “태극권은 무술이 아니라 문화”라며 동작 하나하나가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고안된 것임을 직접 시범으로 보여주었다. 장풍을 배우고 싶다던 참가자 김건군은 시범을 보고 나자 “열심히 따라해야겠다”며 땀을 쏟았다. 모두 손발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 고생했지만 해발 4200m의 창산(蒼山)을 배경으로 중국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다리바이족자치주 재래시장의 상인이 지난달 30일 여행팀에게 판매할 우렁을 저울에 달아 무게를 재고 있다.

공정여행은 또 여행객들이 소비하는 돈이 현지 주민들에게 직접 돌아가도록 한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개해주고 받는 과정에서 중간에 사라지는 돈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중국이나 동남아 여행에서 한국인들이 빼놓을 수 없는 코스로 여기는 ‘마사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여행팀 가운데 일부는 1일 저녁 리장고성(麗江古城)에서 자유시간을 보내며 중국식 발마사지를 받았다. 가격은 28위안(약 5000원)부터 시작됐다. 중국 여행만 11번째라는 조정숙씨는 “100위안도 안되는 가격에 발마사지를 받아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여행자가 쓴 돈은 훨씬 적지만 그 돈은 모두 현지 업체와 직원들에게로 돌아간다. 28위안짜리 발마사지는 평범한 소득 수준의 중국인들이 하루 일과를 마친 후 피로를 풀기 위해 받는 마사지와 전혀 다르지 않다. 조씨는 “값은 큰 차이가 나지만 시원한 정도는 비슷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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